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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 & Simple Living/심플하게 건강하게

코로나에 무너진 미니멀

by ㅅEOULㅁAM 2020. 11. 19.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 속에서 일상의 불안감은 다시금 상승하기 시작했다. 오리곤주는 2020년 11월 18일부터 2주간 Freeze라는 명칭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강제 명령이 내려졌고, 내가 사는 멀트노마하 카운티는 오리곤 주지사의 발표와는 별도로 4주의 Freeze 명령을 내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심플하게 살면서 쓰레기도 줄이고 플라스틱 사용도 줄이겠다는 내 결심들이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번 마트에 가면 불안한 마음에 이것저것 넉넉히 구매해서 냉동실을 테트리스하듯 가득 채우고 있다. 한 번은 코스트코에 갔는데 닭고기 코너가 텅텅 비어 있었다. 한번 학습된 나는 다음 장보기에서 닭고기를 발견(?)하는 순간 닭 두 마리와 3묶음짜리 닭가슴살과 3묶음짜리 닭다리살을 장바구니에 담아 왔다. 미세플라스틱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후, 다시는 사먹지 않겠다고 다짐한 플라스틱병에 담긴 생수도 1리터짜리를 20개나 사서 차고에 쟁여 두었으며, 캠핑 때 아니면 일 년에 한두 번 쓸까 말까 한 부탄가스도 열개남짓이나 사두었다. 부엌 팬트리에도 파스타와 각종 소스와 통조림, 건나물로 가득 찼다. 마음 한편으로 불편하면서도 비상시국(?)이니깐 지혜로운 소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의 소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로 8개월째 집콕 생활을 지속하다 보니 자꾸 살림살이에 눈이 간다. 업그레이드하고 싶고 망설이던 물건을 이참에 구매해서 사용해보고 싶다. 이런 나를 감지라도 한 것인지 각종 쇼핑몰에서 전투적으로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이메일이 날아온다. 정말이지 물건이 느는 건 한순간이었다. 겨울에 혹시라도 전기가 나가서(포틀랜드는 종종 있는 일이라..) 추울까 봐 추가 구매한 푹신한 담요, 가스압력솥만 사용한 지 거의 20년 가까이 되었음에도 혹시나 요긴할 것 같아서 구매한 인스턴트 팟, 잘 사용하고 있는 주물팬이 있는데도 괜히 브랜드 욕심나서 구매한 프랑스제 주물팬, 그리고 집콕생활에 안성맞춤이라며 검은색과 회색으로 두벌이나 구매한 운동복 세트까지.

 

그런데 요며칠, 물건이 하나둘 늘어나면 날수록 온돌에 앉아 두꺼운 삼중 보온메리를 입고 있는 것처럼 갑갑하게 느껴졌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인스턴트 팟은 놓을 자리를 못 찾아 냉장고 위로 올라가고 인스턴트 팟에 자리를 잃은 냉장고 위에 있던 물건들은 다시 창고 한켠으로 보내지고, 여분으로 구매한 담요는 넣어둘 곳이 없어 포장도 뜯지 않는 채 내 옷방에 며칠째 덩그러니 놓여 있으며, 편하다고 산 두벌의 운동복은 옷 선반 한 칸을 차지해 버렸다. 

 

그래서 나는 오늘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방식을 다시 정리해 보기로 했다.

 

1. 중복되는 것을 비우자.

  : 고급 브랜드에 욕심나서 추가 구매한 주물팬은 환불한다. 

    콘도에 가면 그릇도 냄비도 겹치지 않게 한눈에 보이게 정리된 부엌이 참 좋다.

    이중삼중으로 쌓인 냄비는 주부에게는 늘 피로감을 준다.

 

2. . 내가 구매를 망설였던 이유는 굳이 필요 없어서였다.

   : 몇 년을 망설이다 구매한 인스턴트 팟. 생각해 보면 그동안 내가 꼭 필요하지 않아서 구매하지 않았던 거였다.

 

3. 한 개만 

   : 빨래 드라이어도 있고 하루 종일 집콕생활이라 시간도 많은데 운동복은 한벌로 충분하다.     

 

4.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 냉동제품을 많이 사면 소분해서 넣어야 하고 비좁은 냉동실에 꾸역꾸역 넣기 위해서는 찬통보다는 지퍼팩을 쓰게 된다. 아무리 코로나로 여분의 식자재가 필요하더라도 냉동실은 용기를 사용할 수 있는 정도까지만 채우자.

 

5. 이메일도 미니멀하게 정리하기

   : 견물생심이라고 했다.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 이메일은 적극적으로 거부하고 이메일도 미니멀하게 정리하자.

 

 

 

 

결국, 인스턴트 팟을 환불했다. 아주 속이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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