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계획하는 걸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새해를 앞두면 새해 다짐부터 갖고 싶은 리스트, 하고 싶은 리스트까지 백년대계를 세웠더랬다. 결혼하고 나서도 보험부터 연금까지 1년 계획부터 10년 계획, 심지어 30년 계획까지 세웠다. 회사 다닐 때는 연말이 되면 우리 회사는 물론 거래처에서 나오는 다이어리까지 심층 분석하여 가장 마음에 드는 것으로 두 개 골라 하나는 회사 업무용으로 나머지는 개인용으로 구분해서 일 년 내내 꼼꼼히 사용했더랬다. 심지어 주간 플래너는 따로 책상 위에 두고 썼다. 그리고 그 버릇 못 버리고 미국에 와서도 매년 다이어리를 구입하고 있는데, 문제는 직장을 안 다니니 계획 세우는 게 더 복잡해졌다. 일단, 시간이 들쑥날쑥이다. 애 둘의 일정 따라 움직이다 보니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같은 스케줄이 하나도 없으며 이번 주와 다음 주가 다르고 지난달과 이번 달이 또 달라진다. 더구나 미국 오리건은 아이들의 학교가 가을(8월 말이나 9월 초) 개학이다 보니 다이어리도 1월부터 12월인 것보다 7월부터 내년 12월까지 또는 1월부터 내년 6월까지 등으로 다양하기 짝이 없다. 사실 나는 좀 중구난방이라는 느낌 마져 든다. 또 하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그 수많은 경우의 수를 핸드폰에서 관리를 하다 보니 이중으로 노트에 적는다는 게 번거롭고 다이어리 존재를 잊고 하루를 보내는 날이 많아졌다. 다이어리를 써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자꾸 놓쳐버린 날짜가 많아지고 오랜만에 다리어리를 펼쳤는데 한 두달이 훌쩍 지나있다면 왠지 그 다이어리를 다시 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가 나를 다시 다이어리로 불렀다. 아침부터 잠들때 까지 온전히 나에게 맡겨진 24시간.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온종이 집에만 있게 되는 나날들은 핸드폰 스케줄을 텅텅 비게 만들었고 표면적으로 할 일이 없어진 내 생활도 편안함에서 심심함으로 그리고 다시 무기력함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때, 다이어리가 떠올랐다. 늘 구입하던 다이어리와는 다르게 좀 더 체계적이며 너무 자율적인 내 생활에 동력을 넣어 줄 수 있는 것을 찾던 중에 '판다 플래너(Panda Planner)'를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좀 복잡해 보이는 플래너가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후기가 너무 좋고 플래너 활용법을 유튜브를 통해 살펴보니 한번 시도해 볼만 한 것 같았다. 우선 한 권을 사서 6학년인 작은 딸에게 선물했다. 생각보다 길어진 집콕 생활을 고등학생인 큰딸은 슬기롭게 지내는 반면에 6학년인 둘째는 끈 떨어진 인형처럼 무기력하고 우울해하던 차였다. 나는 딸아이 것을 복사해서 2주 정도 사용해 보았다. 처음에는 아침에 감사한 것 세 가지, 신나는 것 세 가지, 저녁에 오늘 잘한 것과 노력한 것에 대해 적는 부분이 좀 어려웠다. 그런데 적다 보니 하루 하루에 의미를 가지기 시작했고 한 칸 한 칸 적으면서 하루의 틀을 잡으며 해야 할 일을 마치면 작게나마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노력한 하루가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쌓이면서 시각적으로 보이자 뿌듯함이 느껴졌다. 확실히 핸드폰에 입력된 스케줄을 확인하며 보낸 하루와는 질적으로 차이가 났다. 그래서 나는 나를 위해 Panda Planner를 한 권 더 주문해서 지금 열심히 사용하고 있다.
팀 페리스가 쓴 [타이탄의 도구들]이란 책에서 '5분 저널(5-minute journal)'이라는 일기장을 사용해 볼 것을 권한다. 아침에 5분동안 '내가 감사하게 여기는 것들', '오늘을 기분 좋게 만드는 것들'을 세 가지씩 적고 저녁에 다시 5분 동안 '오늘 있었던 굉장한 일 3가지'와 '오늘을 어떻게 더 좋은 날로 만들었나?'을 적어보도록 권하고 있다. 판다 플래너의 제작자가 이 방법을 알고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나도 이 방법이 내 인생을 좀 더 멋지게 만드는 좋은 방법 임에는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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