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29일
우리 집 인터넷은 Comcast Xfinity이다. 다른 인터넷 회사에 비해 요금이 비싸지만 인터넷이 잘 터진다고 해서 미국와서 줄곧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매월 청구서에 모뎀(modem) 사용료 $14이 포함되어 있다. 약 8년을 냈으니 인상분을 감안하더라도 그동안 약 $1,000 이상을 모뎀 임대료로 지불한 것이다. 참 바보 같지만 기계치인 나는 테크노포비아(Technophobia)가 있는 사람처럼 기계를 건드리는 게 어렵고 두렵다. 더구나 인터넷이 반나절만 안 터져도 일상이 마비되는 요즘에 인터넷 시스템을 건드리기가 여간 겁나는 게 아니다.
이런 나도 작년에 이사하면서 자가 모뎀을 야심차게 시도했었다. 아마존에서 모뎀을 구입하고 인터넷 기사분(technitian)께 설치를 부탁했다. 그런데, 전 집주인이 다른 인터넷 회사를 사용했던지라 이 집에서 연결하는 케이블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기사분이 두분이나 오셔서 3박 4일 작업한 후에야 가까스로 인터넷을 설치할 수 있었다. 그와중에 하필 내가 구입한 모뎀에 하자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또 임대 모뎀으로 인터넷을 개통하게 되었다. 당시, 기사분께서 모뎀을 새로사서 연결하면 된다고 안내해 주셨지만, 인터넷 연결에 며칠을 심하게 고생한 나는 일 년이 다되도록 그 일을 미루고 있었다.
바야흐로 언택트 시대이다. 집에서 인터넷이 의식주만큼이나 중요하게 되어 버렸다. 온라인으로 바이올린 연주를 해야하는 딸을 위해 인터넷 속도를 올리려고 알아보니 추가 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비용절감을 위해 다시 미루던 자가모뎀 교체에 도전했다.
사실 나는 모뎀(MODEM, MOdulator and DEModulator)의 역할이 뭔지 잘 모르겠다. 검색해서 읽어봤지만 무슨소리인지 이해가 잘 안 된다. 신호를 컴퓨터에 맞게 변경해 주는 거라고 하는데, 어쨌거나 이게 있어야 인터넷이 되는 모양이다. 아마존에서 찾아보니 종류와 사양이 엄청 다양하다. 물론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베스트셀러 상품을 중심으로 리뷰를 읽어보니 신제품이라고 꼭 좋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 우리 집 인터넷 속도을 볼 때 아주 좋은 것도 필요가 없을 것 같고 이래저래 검색을 하다가 xfinity와 잘 연결된다는 제품 중에 가장 후기가 무난한 모토로라 AC1900을 150불에 구입했다.
주문하니 이틀 후에 바로 배송되었다. 책상 위에 놓아두었는데 볼 때마다 한숨과 스트레스가 올라온다. 저게 뭐길래 상자만 봐도 가슴이 답답하다. 아이들이 주중에는 온라인 미팅과 수업이 줄줄이 있어서 토요일에 설치를 해보기로 했다. 며칠 동안 유투버도 더러 보았는데 다들 너무 쉽게 설치한다. 제일 궁금했던 게 그냥 케이블만 모템에 연결만 하면 되는 건지, 인터넷 회사에 전화를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제조업체인 모토로라에 전화를 해야 하는 건지 였는데 이웃 형제분이 인터넷 회사에 전화를 해서 모뎀에 있는 고유번호를 알려줘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인터넷에 대한 개념이 없으니 질문도 황당하고 나도 깜깜한 광야에 홀로 서있는 기분이 든다. 이렇게 얘기를 하면 웃는 사람이 더러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 이 기분을 공감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 믿고 싶다.
이런 테크날러지 기계 앞에 서면 당황스럽다. 잘 보던 매뉴얼도 갑자기 까만 게 글자고 하얀 게 종이가 된다. 큰딸에게 도움을 요청해본다. 이럴 땐 투덜투덜하더라도 그녀의 도움이 절실하다. 살살 달래면서 나는 오늘 이 숙제를 끝내고 싶다. 예상대로 가장 큰 난관은 인터넷 회사와의 연결이다. 연결해서 우리 모뎀의 번호를 알려주어야 하는데, 전화든 앱을 통한 채팅이든 모두 자동 옵션으로만 연결된다. 그 옵션에 우리가 원하는 서비스는 없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를 수십번. 큰 딸이 결국 탈진하여 바닥에 누워버릴 때쯤 가까스로 도움을 줄 상담사와 채팅으로 연결되었다. 모뎀 바닥에 있는 CM MAC 번호를 알려주는데 처음에는 번호가 시스템에 잡히지 않는 다고 해서 몇 번을 다시 시도해야 했다. 그러기를 또 수차례. 마침내 노트북에 인터넷 신호가 잡힌다. 휴--. 거의 두 시간 반 만에 인터넷이 다시 잡혔다. 드디어, 자가 모뎀 교체에 성공했다. 이것도 큰딸의 도움이 없었으면 못했을 일이다. 하는 내내 옆에서 투덜거리던 딸이지만 고맙다고 칭찬을 듬뿍 해주었다. 십년묵었던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다.
임대했던 모뎀은 UPS에서 갖다주면 무료반납이 가능하다고 한다. 포장도 필요 없단다. 반납이 확인된 후에야 임대료가 더 이상 청구되지 않는다고 하니 수일 내에 UPS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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